1. 우주의 나이를 알 수 있을까?
2. 우주 팽창의 발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관측한 사람은 허블이었다. 지금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더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우리로부터 멀어진다는 의미이다.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은 이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팽창은 영원히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는 팽창을 멈추고 다시 한 점으로 모여드는 대붕괴를 경험할 것인가? 이 문제의 배경에는 흥미진진한 우주의 나이 문제도 걸려 있다.
첫 만남에 나이부터 따지는 전 국민적 습속 때문일까? 우주에 대해 강연하다 보면 다소 연배가 있는 청중으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우주의 나이가 몇 살이냐는 것이다. 질문하는 사람은 우주의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이라는 똑 떨어지는 시원 한 답을 듣고 싶겠지만 내 답변은 한참 길어지곤 한다. 우선 '우주의 나이'가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가 옛날부터 그냥 그대로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우주의 나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다. 우주는 그냥 영원한 것이니까. 이 경우에 굳이 우주의 나이를 말하자면 무한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주는 그렇지 않다. 시작이 있었고 변화하고 있다. 결국 우주의 나이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 미래 이야기로 이어지기에 말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냥도 아니고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시점부터 과거의 우주가 현재 우주보다 항상 작았다는 의미이다. 과거로 가면 갈 수력 우주는 더 작았을 것이다. 그렇게 과거로 더 가다 보면 우주의 팽창이 시작된 지점까지 도달할 것이다. 팽창이 시작된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 우주는 팽창에 팽창을 반복해 왔다. 아주 작은 점에서 시작한 우주가 팽창을 통해서 광활한 현재의 우주가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가속 팽창을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우주론이다. 대폭발 우주론이다. 우주가 팽창을 시작한 시점이 빅뱅의 순간이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팽창이 진행된 시간이 '현재 우주의 나이'이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대폭발이 시작된 후 시간이 흘러서 오늘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천문학자들은 현재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년으로 측정하고 있다. 대폭발이라는 이벤트 이후 138억 년이 지났다는 이야기다. 이런 개념을 보통 '현재'라는 말을 빼고 우주의 나이라고 부른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현재'의 우주의 나이가 120억 년이었을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천문학자가 동의하듯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각 시점의 '현재'에서 측정하는 우주의 나이는 점점 커질 것이다. 우리가 운 좋게 오래 산다면 '현재' 우주의 나이를 200억 년으로 측정하는 날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도 '현재 우주의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편의상 '현재'라는 말을 빼기로 한다.
3. 가변적인 우주
'우주의 나이 문제'가 천문학계의 화두였던 적이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1929년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관 측정으로 증명하면서 대폭발 우주론이 대두되게 시작했다. 허블이 관측한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로부터 멀어져 가는 은하 들의 후퇴 속도와 그 은하들까지의 거리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은하의 후퇴 속도와 거리 사이의 관계를 그려 보면 일정한 기울기가 나타나는데 이를 가리켜 허블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허블보다 앞서서 이 상관관계를 언급했던 르메트르의 업적을 기리며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상관관계의 기울기는 허블 상수라고 하는데 허블 상수는 단위 거리당 속도로 나타낸다. 우주의 팽창률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 허블 상수의 역수를 취하면 대략적인 우주의 나이를 알 수 있다. 팽창률이란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해 왔는지 보여 주는 숫자인데 그 역수를 취하면 우주가 지금까지 그 팽창률로 팽창해 오는 데 걸린 시간이 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폭발 우주론에서의 현재 우주의 나이가 된다.
허블이 관측상으로 결정한 첫 번째 허블 상수는 대략 550km1s/MPC 정도 되는데 역수를 취해 우주의 나이로 환산하면 대략 18억 년쯤 된다. 문제는 당시 지질학적으로 측정된 지구의 나이 가 약 20억 년이라는데 있었다. 지구의 나이가 우주의 나이보다 많은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또한 이 값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지구의 나이와 다르다) 대폭발 우주론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은하까지의 거리 관측과 지구의 나이 측정이 정밀해지면서 이 문제는 차츰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4. 본질적인 문제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우주에 있는 오래된 별들과의 나이 모순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 무렵까지 허블 상수의 값을 90~100km/s/MPC나 80~90km/s/ MPC 정도로 측정하면서 우주의 나이를 100억~120억 년 정도로 보는 연구팀이 등장했다. 그 대척점에는 허블 상수를 50~60km/ 8/MPC로 더 작게 측정한 연구팀이 있었다. 이 경우 우주의 나이는 200억 년에 가깝게 측정된다. 이들 연구팀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허블 상수 전쟁'이라고 불렀다. 어쨌든 새로운 허블 상수가 측정되면서 우주의 나이는 100억~200억 년 사이로 자리매김하게 시작했다. 이 무렵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별들의 나이가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우주에서 오래된 천체 중 하나인 구상성단의 나이 측정도 우주의 나이를 가늠하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구상성단은 수만 혹은 수백만 개의 별이 매우 좁은 영역에 역학적으로 묶여 있는 별들의 집단이다. 그런데 구상성단의 나이가 110억~180억 년 사이로 광범위하게 측정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우주 속 구성원의 나이가 우주의 나이보다 많을 수는 없었다.
이와 같이 우주의 나이는 가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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