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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오르트 구름, 태양계의 끝 거대한 얼음 알갱이

by 지식space_당구리 2024. 8. 18.

1. 오르트 구름

태양계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을 공처럼 둥근 얼음 알갱이 집단을 '오르트 구름'이라고 부른다.

태양계

 

 오르트 구름은 사실상 태양계의 끝이다. 수많은 얼음 알갱이가 태양계의 중력에 느슨하게 묶여 있다. 우리가 속한 태양계 근처를 지나가는 다른 태양계가 있다면 오르트 구름에 속한 천체들은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오르트 구름 천체들이 태양계를 이탈할 수 있다.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중심을 공전하고 있는데 위치상 우리은하 외곽에 있으며, 은하의 나선팔과 나선팔 사이를 통과하고 있다. 별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모여 있는 나선팔 지역을 태양계가 통과한다고 생각해 보자. 별들 사이가 가까워지면 태양계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은 어떻게 될까?

 

지금은 우리나라를 출발하는 비행기가 중국이나 러시아 상공을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열시간 내외면 유럽에 갈 수 있었지만 옛날 시절에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 알래스카주를 거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하루가 걸렸다. 당시 난 공부한 학교로 가기 전에 레이던 대학교에 있던 집에 며칠 머물게 되었다. 도착한 첫날 레이던 대학교의 찬물 학과를 방문했다.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나이가 자국 한 할아버지가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았다. 선배는 그 사람이 천문학자 앤 오르트라고 귀했다.

오르트는 당시 아흔 살이었지만 매일 학교에 나와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었다. 유학 첫날부터 교과서 여러 곳에 이름을 올린 전설적인 천문학자를 바로 옆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르트는 내 지도 교수의 지도 교수의 지도 교수였다. 오르트는 천문학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는 장주기 혜성의 기원을 밝힌 것도 있다. 장주기 혜성이란 태양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공전 주기가 200년 이상이 걸리는 혜성을 말한다.

 

2. 오르트 이론

1950년 무렵 오르트는 장주기 혜성들의 궤도를 분석해서 이 들이 태양계 바깥을 구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얼음 알갱이들 집단에서 온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태양계 끝자락에 있을 둥근 얼음 알갱이 집단을 '오르트 구름'이라고 부른다. 오르트 구름은 아직 그 실체가 직접 확인된 적은 없다. 오르트 구름이 태양으로부터 5만 AU에서 20만 AU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AU는 지구와 태양 사이 평균 거리를 1로 하는,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거리 단위다. 오르트 구름까지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5만 배에서 20만 배에 달하는 엄청나게 먼 곳이다. 빛도 08년에서
3.2년이 걸려야 도달한다. 하지만 앤 오르트는 장주기 혜성들의 궤도를 분석해서 오르트 구름이라고 불리는 천체들의 집단이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오르트 구름은 원반 모양으로 형성된 내부 오르트 구름과 공처럼 둥근 모양으로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외부 오르트 구름으로 나뉜다고 추정된다. 오르트 구름에 속한 수많은 얼음 알갱이는 태양계 형성 초기에 태양계 바깥으로 밀려나서 외곽에 모여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주기가 짧은 혜성은 주로 해왕성 궤도 근처, 카이퍼 벨트에 원반형으로 모여 있는 천체(카이퍼 벨트 전체)들이 그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기가 길고 포물선 궤도를 도는 장주기 혜성이 바로 오르트 구름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된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가 형성되던 초기에 목성 같은 거대 기체 행성의 중력 영향으로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외곽으로 밀려나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3. 태양계의 끝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의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얼음 알갱이가 멀리 떨어진 태양의 중력에 느슨하게 묶여 있는 상황이다. 태양계 근처를 지나가는 다른 태양계가 있다면 오르트 구름에 속한 천체들은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오르트 구름 천체는 이 태양계를 이탈할 수 있다. 실제로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중심을 주행하고 있다. 우리은하는 막대 나선 은하인데 태양계는 현재 우리은하 외곽에 있고 나선팔과 나선팔 사이를 통과하고 있다.

 

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모여 있는 나선팔 지역을 태양계가 통과한다고 생각해 보자. 별들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면 태양계의 외곽을 들리 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도 중력의 영향, 즉 섭동을 받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르트 구름의 천체들이 태양계를 벗어나서 성간으로 날아갈 것이다. 오르트 구름의 형성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오르트 구름에 남아 있는 천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천체가 별과 별 사이의 공간, 즉 성간으로 날아갔을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90~99퍼센트의 오르트 구름 천체들이 성간으로 이탈했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있다. 오르트 구름이 아직 직접 관측된 적이 없기 때문에 가정을 바탕으로 한 추정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오르트 구름의 많은 천체들이 성간으로 날아갔을 것이라는 데는 쉽게 동의할 수 있다.


오르트 구름의 천체들이 태양계를 벗어나서 성간을 떠돌다가 다른 태양계를 통과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태양계로부터 출발한 천체이니 다른 태양계를 통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태양계 천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다른 태양계의 외계인 천문학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상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자신이 속한 태양계의 모든 천체는 그 태양계 중력의 영향으로 중심에 위치한 별 주위를 주기적으로 공전할 것이다. 공전 속도와 주기는 그 태양계의 중력장을 파악하고 있다면 쉽게 계산하고 관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천체가 이런 공식에 맞지 않는 궤도로 날아가고 있다면 외계인 천문학자들은 이 천체를 그들의 태양계의 바깥에서 왔다고 의심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태양계의 오르트 구름에서 출발한 천체 중 일부는 여전히 성 간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혹은 다른 태양계를 통과하고 있거나 통과한 후 다시 성간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일부는 다른 태양계의 거대 기체 행성에 붙잡혀서 그들의 위성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공전 궤도의 방향이나 자전 방향이 상이하게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