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주의 생성
은하의 생성과 우주 거대구조물의 생성은 모두 우주 초기에 들뜬상태가 된 밀도 요동으로부터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하의 생성은 우주론을 배제하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우주 생성의 과정을 일련의 시각으로 보기 위해 만드는 것이 시뮬레이션(수치 모의실험)입니다.
시뮬레이션은 이론 연구 방식이자 실험 연구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이론 연구 방식으로 주로 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하고 논리적인 추론 과정을 통해 연필을 가지고 종이에 수식을 유도하면서 해를 도출하는 해석학적인 방법이 이용되었습니다. 현재 이론 연구는 해석학적인 방법에 수치 해석적인 방식이 더해졌습니다. 수치 해석학적이라는 것은 풀기 어려운 수학식을 수치 알고리즘으로 구현해서 컴퓨터로 근사해를 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천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없는 천문학에서는 시뮬레이션이 유일한 실험 연구 방식입니다.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치 모형을 설계하는 데 매우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치 모형을 설계한다는 것은 가상의 실험실을 세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디에 어떤 규모로 실험실을 만들지, 실험실을 얼마나 정밀하게 세팅할지, 또 무엇을 실험할지에 따라서 니즈에 맞게 수치 모형을 설계합니다.
2. 시뮬레이션의 조건
시뮬레이션을 구성하는 조건 중 중요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쨰는 차원입니다. 주로 3차원 공간에서 기술하지만, 문제를 쉽게 표현하기 위해서 2차원이나 1차원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구현하려는 법칙이나 이론 등을 해석학적이든 아니면 수치 해석학적이든 수치 알고리즘에 넣어야 합니다. 만약 입자들이 중력에 의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술하고 싶다면 만유인력 식이 들어가야 하고, 가스의 유체역학적인 움직임을 기술하고 싶다면 유체역학 방정식을 넣어야 합니다.
두 번쨰는 기술하려는 물리량입니다. 위치와 속도 정보만 업데이트하고 싶은지 아니면 질량이나 온도 정보도 같이 기술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변수의 개수가 달라집니다. 변수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컴퓨터 메모리 사용량도 많아지고 시뮬레이션 역시 오래 걸리게 됩니다.
세 번째 조건은 시뮬레이션을 시작할 때 부여하는 변수의 정보입니다. 우주론 시뮬레이션에서는 우주 초기의 밀도 요동 정보를 반영해서 초기 조건을 설정합니다. 변수의 변화를 기술하는 방식으로는 크게 입자 방식과 격자방식 그리고 하이브리드 방식이 있습니다. 격자방식은 고정된 격자에서 물질의 흐름을 기술하는 것이고, 입자 방식은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 입자가 가진 성질의 변화를 기술하는 것입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이 두 방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방식에는 밀도가 굉장히 높아진다거나 변화가 극심한 지역은 자동으로 감지해서 더 좋은 분해능의 격자로 쪼개서 보는 차 등 격자구조 방식, 고정된 격자에서 유체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유체의 특성에 맞게 그 격자의 모양과 크기, 위치 등을 변화시키는 이 동 그물 구조방식이 있습니다. 최근에 수행되는 세계 최대 계열의 시뮬레이션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좌표는 공간을 기술하는 방식입니다. 직각좌표계를 사용할 것인지 구형 좌표계나 원형 좌표계를 사용할 것인지도 시스템 특성에 맞게 설정하는데, 우주론 시뮬레이션에서는 주로 x, y, z로 이루어진 직각좌표계를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입자와 격자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그만큼 분해능도 좋아집니다.
그 대신 단점이 있다면 계산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3. 암흑물질
우주론 시뮬레이션에 관해 설명하기 전에 일반 물질보다 대여섯 배 많다고 알려진 암흑물질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암흑 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서 관측할 수 없고, 아직 어떤 물질인지 미지의 물질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중력적으로 존재한다는 증거는 굉장히 많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반 은하의 별과 가스들은 은하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고, 그 회전 속도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전 속도는 주어진 반경에서 그 안에 있는 물질의 질량을 뜻합니다. 그런데 실제 관측하는 별과 가스의 질량을 모두 합해서 회전 속도를 추산해 보면 관측되는 회전속도보다 훨씬 작게 나타납니다.
그 차이는 은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커집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중력적으로는 존재하는 물질이 은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고, 바로 암흑물질의 간접적인 증거가 됩니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관측되는 은하의 모습은 중심 부분에 암흑물질보다 아주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은하의 구조를 감싸는 별 헤일로를 포함한 전체적인 은하 구조를 암흑 물질 헤일로가 감싸고 있는 것입니다. 암흑물질 헤일로 안에는 작은 규모의 암흑물질 헤일로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런 작은 크기의 암흑물질 헤일로들은 위성 암흑물질 헤일로라고 합니다. 위성 암흑물질 헤일로에는 규모에 따라서 왜소은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암흑물질 헤일로 바깥에 암흑물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 체적으로 밀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분포의 양상은 이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우주 거대구조를 보면 그중 굉장히 약하게 발달한 필라멘트 구조를 확대하면 중력적으로 결박된 암흑물질 헤일로가 보이고, 그 안에 조그만 크기의 위성 암흑물질 헤일로가 보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중력장 안으로 일반 물질들이 쏟아져 들어가게 됩니다. 이 일반 물질은 암흑물질보다 중력장 더 안쪽으로 침투할 수 있고, 굉장히 고밀도로 응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핵융합이 가능한 별들이나 그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가 만들어집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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